고종의 황제권 강화 정책
독립협회가 해산된 이후 고종 황제는 국내 정치 세력을 상호 견제하면서 군주권을 강화해갑니다. 이는 황제 권력에 도전할 만한 세력은 국외 망명자 세력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없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고종은 단발령을 폐지하고 음력을 복구합니다. '구본신참'의 국가 운영 기준에서 옛것을 근본으로 한다는 '구본'에 대한 상징적 조치로, 이를 통해 민심을 얻으려는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1899년 4월 27일 조서에서는 '충군애국'에 기초한 전통적인 유교 숭상을 강조합니다. 이는 민중을 황제에게 충성하는 신민으로 통합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황제의 절대권력을 상징화하는 작업도 추진해나가는데, 같은 해 7월에는 표훈원을 설치해 훈장제도를 창설했고, 10월에는 왕실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 관리와 장을 기리는 장충단을 조성하고 연례 제례를 제도화합니다. 1902년 1월에 는 국가 제정을 지시하고, 8월에는 국기 외에 어기, 예기, 친왕기, 군기 등을 새롭게 만들도록 했습니다.
황제권만 보장한 대한국국제
1899년 8월 17일 고종은 황제의 권한을 법으로 규정한 총 9개조의 「대한국국제」를 반포합니다. 이는 황제권 절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대한국국제」는 전문에서 대한제국의 모든 법률 중 최상위법으로 규정하고, 국가권력구조의 기본틀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대한제국의 헌법이자, 한국 역사상 최초의 헌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1조에서 대한제국이 '자주독립제국'임을 천명한 후에 제2조에서는 대한제국의 정체를 '만세불변의 전제정치'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외 조항들은 모두 황제의 권한을 보장하는 것으로, 황제는 신성불가침한 무한한 군권을 가지기에 군대 통수, 계엄과 해엄, 법률의 제정 및 공포, 행정 관제, 관료 임면, 외국과의 선전포고, 강화 및 조약 체결 등 입법, 행정, 사법에 관한 국가의 모든 권력을 보유한다고 선포했습니다. 반면에 신민의 권리에 관한 조항은 전혀 없었습니다.
정치 세력의 재편
같은 시기에 정치 세력의 편성도 대폭 변합니다. 앞서 갑오개혁을 통해 과거제와 신분제가 폐지됐고, 성리학과 붕당을 기반으로 한 양반 관료들의 전통적인 정치 운영 방식도 폐기된 상황이었습니다. 누구나 출신과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황제의 의향 또는 고급 관료의 추천에 의해 관료로 입신출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셈입니다. 이에 새롭게 등장한 정치 세력은 근대적 실무에 밝은 중인 출신의 관료들과 신분적으로 출세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서얼이나 무관 출신이었습니다.
이는 친위 세력이 필요했던 권력과 기존 체제에서는 신분적 한계가 있었던 세력 간에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당시 정치 세력이 형성될 수 있었던 동인은 고종 황제의 신임과 열강의 지원 여부였습니다. 이 시기에 등장한 새로운 정치 세력은 이완용, 민종묵, 조병식, 주석면 등의 친러파, 민영환, 민상호, 이채연 등의 친미파, 이지용, 민영기, 유기환, 이재완, 박제순 등의 친일파, 이용익, 이근택, 강석호, 김영준 등의 황제측근파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구도 아래 벌어졌던 세력 간 대립과 투쟁은 정치관에 기반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러일전쟁을 전후해 친러파였던 이완용이 친일파로 변신한 것처럼 황제의 신임과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엄순비와의 친소관계, 열강의 영향력을 둘러싼 이해관계에 따른 대립에 가까웠습니다. 또 대내외의 정세 변동에 따라 각 파는 다른 파와 제휴하기도 했고, 새롭게 이합집산하기도 했습니다.
「대한국국제」
제1조 대한국은 세계 만국이 공인한 자주독립제국이다.
제2조 대한국의 정치는 만세불변의 전제정치다.
제3조 대한국 대황제는 무한한 군권을 누린다.
제4조 대한국 신민이 대황제의 군권을 침해할 수 없다.
제5조 대한국 대황제는 육해군을 통솔하고 편제를 정하며, 계엄 해엄을 명할 수 있다.
제6조 대한국 대황제는 법률을 제정, 반포, 집행하며, 대사, 특사, 감형, 복권을 명한다.
제7조 대한국 대황제는 행정 각부의 관제와 문무관의 봉급을 정하고, 필요한 칙령을 발한다.
제8조 대한국 대황제는 문무관의 임면을 행하고, 작위, 훈장 및 기타 영전을 행한다.
제9조 대한국 대황제는 조약국에 사신을 파견하고, 선전, 강화 및 조약을 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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