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의 대립과 청일전쟁의 발발

청일 양국 군대의 조선 출병

1894년 6월 조선에서 동학농민전쟁이 확대되자, 청과 일본 양국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습니다. 청은 조선을 속방으로 간주하면서 내정에 직접 개입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초토사 홍계훈 휘하의 장위영 병정들이 전라도 일대를 석권한 동학농민군을 진압하는데 실패하자, 6월 3일 밤 조선 정부는 당시 정권 실세였던 민영준의 주도 아래 청에 병력 파견을 요청하게 됩니다.

 

일본은 1884년 잡신정변을 둘러싸고 청과 군사적 충돌의 위기를 겪었지만, 양국은 조선과 관련된 일에 직접 개입할 때 상호 통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톈진조약(1885)을 맺고 청과 외교적으로 타협했습니다. 이후 일본은 군사력을 키워 조선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자 했고, 1894년에는 일본의 조선 진출에 걸림돌이라고 여긴 청과 전쟁을 일으킬 기회를 마련하고자 고심합니다. 여기에는 당시 일본 내부의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1894년 6월 초 청이 조선의 요청에 따라 원병을 파견하자 일본도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조선에 군대를 보냅니다. 일본은 '동학란' 속에서 자국 거류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갑신정변 이후 체결된 제물포조약과 톈진조약을 파병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조약은 조선에 군대를 파견할 때 상호 통지한다는 절차상 규정에 불과했을 뿐, 양국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을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양국 군대가 조선에서 맞닥뜨리면서 청일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청일전쟁 풍자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일본은 청에게 조선의 농민 반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정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청일 양국이 함께 조선 내정에 간섭하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청은 조선 정부의 자주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제안을 거부해버립니다. 사실 이러한 일본의 제안에는 청과 전쟁을 벌일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일본은 다시 조선의 독립과 속방 문제의 해결을 내세우며 내정 간섭을 추구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청과의 전쟁을 준비해나갑니다.

 

7월 초에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조선 정부에 내정 개혁을 강요합니다. 만약 조선 정부가 이를 거부한다면, 조선에 청과의 전쟁에 협력할 새로운 정부를 세울 계획이었습니다. 조선 정부는 3차례 열린 회의를 통해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이에 조선 주재 일본공사 오토리 게이스케는 7월 19일 조선 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내 아산에 있던 청군의 철수를 요청하게 하고, 청과 맺은 「조청상민수룩무역장정」 등을 모두 폐기하라고 통보합니다. 이는 당시 조선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었으며, 사실은 일본이 고종과 민씨 척족 중심의 조선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습니다.

 

7월 23일 새벽, 일본은 결국 군대를 동원해 국왕이 집무하는 경복궁을 점령해버립니다. 일본은 경복궁 강제 점령을 양국 간 우발적 총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꾸몄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일본의 의도가 작용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일본의 대륙 침략, 제국주의화의 본격적인 기점이 됩니다.

청일전쟁

청일 전쟁의 발발

일본 해군은 7월 25일 아산만 입구 풍도에서 청 해군을 기습 공격해 크게 승리했고, 육군은 서울에서 수원을 거쳐 남하해 7월 29일 성환역에 진주해 있던 청군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8월 1일에야 비로소 메이지 천황의 이름으로 선전포고를 합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선전포고였습니다. 일본은 조선 독립을 방해한 청을 물리치고 동양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정의의 전쟁이라고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조선과 청에 대한 침략전쟁이었습니다.

 

일본군은 서울에서 대대적인 개선식을 치릅니다. 그리고 9월 15일 평양에서는 압록강을 넘어 남하한 청 육군과 성환 및 아산 방면에서 패한 후 후퇴해 합류한 부대까지 일거에 격파해버립니다. 이튿날에는 황해 해전에서 청 해군을 격파하고 황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해버립니다. 청일의 전쟁터가 압록강을 넘어 중국 랴오닝 및 산둥 지역으로까지 확대된 것입니다. 일본은 이 전쟁에서 조선과 중국의 수많은 민중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풍도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