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병합을 위한 일본의 준비작업

치밀하게 준비된 일본의 한국병합

1907년 고종 황제가 강제 퇴위하고, 「한일신협약」(정미조약)이 체결된 이래 통감은 명실공히 한국의 내외정을 총괄하는 최고 통치자가 됩니다. 한국 국정의 주요 사항은 통감이 주도하고 한국 정부의 대신, 일본인 차관, 그리고 통감부 관리가 참석하는 시정개선협의회에서 논의하고 결정하게 됩니다.
한국의 군대는 황궁 경호를 위한 친위부 700여 명 외에 모두 해산됐고, 명목상으로만 남아 있던 군부도 1909년 7월 31일 폐지됩니다. 경찰은 일본군 헌병대를 주축으로 개편해버립니다. 1908년 5월 한국의 경찰기관을 한국 주차 일본 군사령관이 지휘하도록 하고, 7월 1일부터 해산된 한국 군인이나 면직된 순사를 헌병보조원으로 채용해 일본 헌병 1인당 2~3명을 배속시킵니다. 1909년 말 일본군 헌병대는 전국에 457개의 분견소를 설치해 최종 행정단위인 면 단위까지 한국의 치안을 완벽하게 장악합니다.

재판기구는 일본의 재판소 구성을 모방해 1907년 12월 구재판소 113개소, 지방재판소 8개소, 공소원 3개소, 대심원 1개소로 개편됩니다. 또한 재판소를 행정기관으로부터 완벽하게 분리하고, 검사와 판사의 역할도 엄격히 구분했습니다. 이는 형식적으로는 사법기관을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판검사의 대부분을 일본인으로 채용해 일본이 한국의 사법권을 장악한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한국병합 방침의 공식화

한국의 주권이 거의 일본에 장악된 상태에서 이토는 1909년 1~2월 순종황제의 지방 순행에 동행해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을 점검한 뒤, 3월 일본으로 귀국해 통감에 대한 사임을 표명합니다. 내각총리대신 가쓰라와 외무대신 고무라는 한국병합을 결심하고, 4월 초 이토를 찾아가 이에 대해 동의를 받습니다. 일본의 최고 국가원로이자, 그동안 일본의 한국정책을 총괄했던 이토의 승인 없이 '한국병합'을 추진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일본은 한국 식민지화에 대해 '병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일본 정부는 7월 6일 각의에서 한국병합 방침을 공식적으로 확정합니다. 각의에서 통과된 「대한정책의 기본방침」은 ① 적당한 시기에 한국병합을 단행할 것, ② 병합의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병합의 방침에 기초해 충분히 보호의 실권을 장악할 것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병합의 시기까지 보호의 실권을 충분히 장악하기 위한 실행지침으로 「대한시설대강」을 통과시킵니다. 그 주요 내용은 일본의 군사력과 경찰력을 바탕으로 일본인 관리가 한국의 주요 시설 및 기관을 장악해 권한을 확대하고, 많은 일본인을 이주시켜 통치의 근거를 견고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시기까지도 한국병합의 구체적인 실행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1905년 포츠머스강화조약에서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보호권은 인정하지만, 한국의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사항은 반드시 한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조항 때문에 일본은 한국 병합의 구체적인 실행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적당한 시기'로 표현한 것입니다. 일본의 선부른 한국병합은 한일관계에 열강의 간섭을 불러와 청일전쟁 직후 삼국간섭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내각총리대신 가쓰라 다로

 

대대적인 의병탄압작전의 전개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항쟁은 1909년에 이르기까지 잦아들지 않고 지속되었습니다. 이에 일본은 본국으로부터 군사력을 증파하면서 1909년 7월 한국의 사법권 및 감옥 관련 처리권을 일본 정부에 위탁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유각서」 체결을 강요해 한국의 사법 및 감옥 사무를 위탁받은 후, 적극적인 의병탄압작전을 실행합니다. 1909년 9~ 10월에 일본은 의병항쟁이 강력하게 전개된 호남 지방 일대에서 소위 '남한폭도대토벌작전'이라는 대대적인 의병학살작전을 전개합니다. 그 결과 호남 지역 의병 1,000여 명이 학살되었습니다. 이후 의병의 잔여 세력은 간도나 연해주로 망명해서 장기항전의 태세를 갖추고 독립군으로 전환합니다.

'남한대토벌작전'으로 체포된 의병장들